Omnem dimittite spem, o vos intrantes :: Omnem dimittite spem, o vos intrantes

알콜 중독으로 인한 음주운전으로 오즈에 온 비쳐는 쉴링어가 주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견디고자 마약에 의지한다. 비쳐는 오즈 안의 어떤 무리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미친 척 하고, 괴상한 수염으로 자신을 감춘다. 성기를 물어뜯고 희번덕거리는 눈동자로 라임을 쏘아붙이는 비쳐를 더이상 아무도 프랙(prag)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오즈 안에서 탄생한 "Crazy Beecher"는 인간적인 믿음을 지닌 비쳐를 조롱한다. 그러나 그나마 미쳐 있을 때는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막은 갖추고 있었건만 오즈와는 어울리지 않는 후회와 양심의 가책은 자신은 물론,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아들의 목숨까지 희생시킨다.

Beecher : Since I got to Oz, I've prayed more than the night before my bar exam, even more than
the day my son fell off his skateboard.
Either God's hearing has gotten bad or he's ignoring me.
God isn't in Oz. If God is in me, he's a tumor.
 
제가 오즈에 온 이후로 변호사 시험을 치르기 전날 밤 보다 아들이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졌을 때보다
더 간절하게 기도했어요.
신은 귀머거리거나 나를 무시하고 있는 게 틀림 없어요.
신은 오즈에는 없어요. 만약 내 안에 신이 있다면, 그는 종양이에요.

켈러와 비쳐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비쳐는 아버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쉴링어 또한 아버지였기에 비쳐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고, 아들을 목표로 삼아 비쳐에게 견딜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켈러는 아들의 죽음으로 비탄에 잠긴 비쳐를 감히 위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아무런 죄없는 아들이 자신으로 인해 죽었다는 참혹한 절망은 복수의 또다른 피를 부르고, 뜻하지 않게 그 대상은 켈러가 된다.

살인의 전적이 있는 켈러가 자신의 아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의심은 결국 켈러를 향해 칼을 겨누게 만든다. 어느 한순간 자신의 등에 칼이 꽂힐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오즈에서 켈러 또한 절대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되는 위험인물로 분류된 것이다. 쉴링어는 비쳐가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피붙이에게 좋은 날들을 안겨주고 싶은 아버지이기에 믿기로 한다. 그리고 쉴링어와 비쳐 사이의 피의 악순환의 꼬리를 잠시나마 끊어낸 이는 켈러이다.

사이드는 비쳐가 방황하고 갈등할 때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사이드와 비쳐는 신과 인생을 이야기 하고, 피부색을 넘어 우정과 신뢰를 쌓아간다.
비쳐는 모두에게 구원자가 되고 정의의 사도가 되고자 하는 사이드의 자기기만과 위선을 간파한다. 무조건 상대방을 용서하라는 사이드의 신념은 비쳐가 인간으로 온전하게 버틸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기반이 된다. 그러니까 비쳐의 진정한 소울메이트는 사이드라고.
Posted by 흰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