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em dimittite spem, o vos intrantes :: Omnem dimittite spem, o vos intrantes

X-Files  :  I want to believe (2008)
Director : Chris Carter
Writer    : Chris Carter and Frank Spotnitz
Cast      : David Duchovny (Fox Mulder)
Gllian Anderson (Dana Scully)
                 Mitch Pileggi (Assistant Director Walter Skinner)



기대했던 빈스 길리건이 아니라 사건파일에는 약한 크리스 카터와 프랭크 스팟니츠가 공동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멀더와 스컬리를 창조해낸 사람은 크리스 카터이지만 이 두 인물을 감칠맛 나게 변주하는 작가는 단연코 다린 모간과 빈스 길리건이다. 두 인물을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형상화 시켰던 다린 모간, 끈끈한 동료애와 우정에서 스컬리와 멀더의 미묘한 감정선으로 현란하게 발전시킨 빈스 길리건. 이 두 작가는 두 인물을 입체적으로 발전시켜 그려나갈 뿐만 아니라 에피소드를 풀어 나가는 솜씨 또한 정교하다.

크리스 카터와 프랭크 스팟니츠는 주로 거대 음모론을 담당했던 작가였기 때문에 사건파일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 어찌해야 할까, 6년만에 만난 멀더와 스컬리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전의 에피소드에서 익히 본 듯한 꽤 괜찮은 설정을 대충 엮어 놓고도 영리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긴장감 없이 사건이 진행된다.
<I Want to Believe, 2008>의 스컬리와 멀더가 낯설고 어색한 이유는 기존의 엑스 파일 - case file에서는 '사건, 현상'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이 두 사람은 그것을 각각의 시선에서 해석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멀더와 스컬리의 상반된 관점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저마다의 틀을 가지고 보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둔다.
영화에서 사건은 열린 텍스트가 아니라,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에 그칠 뿐이다.  


조셉 신부는 아동 성추행의 전적이 있는 인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데 중요한 연결고리를 담당한다.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비극적 교감은 이미 Oubliette (3X08), Mind's eye (5X16)에서 사용되었던 기법이다. 어린 시절 납치되어 성폭행된 기억이 있는 루시는 세월이 흘러 자신과 같은 납치범에 유괴된 소녀와 동시에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 태아 상태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살해현장을 목격한 시각장애인 마티는 그 '눈'으로 아버지와 연결되어 증오하는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감정적으로 규정하는 설명도 하지 않는다. 조셉 신부의 비범한 능력은 특별한 요소에 불과하며, 과거 자신이 성추행한 소년과의 끈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한다. 때문에 가해자가 왜 납치와 감금을 했는가에 대한 납득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Unruhe (4X02)의 정신분열증인 슈나츠가 악으로부터 그들을 구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뇌수술을 저지르는 시덥잖은 변명거리도 없다.

잘 생기고 섹시한 크라이첵도 없는데 구태의연하게 러시아는 또 뭔가. 재선된 부시의 사진에 당황하면서도 왜 아직도 퀘퀘묵은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하는가. 엑스 파일의 거대담론이었던 음모론이 아닌 오컬트적인 면에 집중하고자 했다면 이전의 엑스 파일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야 했다. 게다가 듀코브니는 6, 8시즌의 매너리즘에 빠진 연기를 답습하고 있었다. 4시즌에서의 절망적인 광기마저 보였던 멀더가 보고 싶었다면 욕심인가.

<I Want to Believe, 2008>에서 독실한 종교인인 스컬리는 독실한 종교인이기 때문에 파렴치한 전력이 있는 조셉 신부를 믿지 않고 멀더는 조셉 신부를 성직자이기 보다는 사건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수단이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전처럼 종교는 멀더와 스컬리가 첨예하게 갈등하는 대상이 아니다. 일생의 화두였던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믿음을 지닌 멀더처럼, 스컬리에게도 고단한 삶을 지탱해 주는 절대적인 믿음의 대상이 있다는 것을 서로 존종해 준다. 스컬리와 멀더가 갈등을 빚는 원인은 여전히 어둠을 좇는 멀더의 끈질긴 집념 때문이다. 불치병에 걸린 소년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컬리, 실종된 사람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멀더. 긴밀성은 차치하고, 두 사건이 하나라는 얼개로 두 축으로 멀더와 스컬리를 놓고 풀어 나가지만 이 사람들아, 멀더와 스컬리의 강점은 바로 끊임없는 대립과 갈등 속에서도 계속되는 치열한 의사소통과정이란 말이다.  


S : I can't look into the darkness with you any more, Mulder.
     I'm asking you look into yourself. I don't want darkness any more.
M : Scully, This is who I am. It's everything I do know. I don't know what else to do.

- I Want to Believe, 2008


평범한 삶을 갈망하는 스컬리, 여동생을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 속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멀더. 여동생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멀더 삶의 목표였고 인생이었으며 다른 것은 문제될 것도 없고 알지 못한다. 자신의 원죄였던 여동생의 죽음을 확인한 이후에도 멀더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과거이다. 멀더는 사건을 포기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스컬리를 원망한다. 과거와 화해하지 못하는 멀더를 스컬리는 안타까워 하며 여태까지의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지켜본다. 여전히 이 둘은 서로에게 타인이다.

천장에 꽂혀 있는 연필들, UFO관련 기사들, 여전히 한쪽 벽면을 커다랗게 차지하는 <I want to believe> 포스터. 자신의 여동생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었고, 정부는 이를 은폐한다고 열기 어린 눈동자로 스컬리에게 이야기 하던 낡은 모텔에서 멀더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멀더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음에도 변함없이 곁에서 행동을 같이 했던 스컬리는 여전히 멀더를 지지한다. 부부나 연인이라는 형식적인 관계가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믿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날카롭게 대치할지라도 이들 사이의 절대적인 신뢰와 존중은 굳건하고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함께 겪은 오랜 세월만큼 그 감정의 밀도가 더 농축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인내심이 더 깊어졌을 뿐이다.

Don't give up - I Want to Believe, 2008

불치병에 걸린 환자의 치료법을 둘러싸고 갈등하던 스컬리는 조셉 신부를 찾아간다. 스컬리의 문제해결과정은 직접적이다. 멀더는 일단 대립하면 상대방을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에 옮긴다면 스컬리는 상대방과 갈등을 일으키고 대립을 하더라도, 계속해서 의사소통하고 그 과정 속에서 해결점을 찾는 것을 선호한다.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에서도 일단 의견충돌이 일어나면 멀더는 스컬리를 따돌리고 무모하게 행동 한다면, 스컬리는 상대방을 계속해서 설득하고 조율하고자 노력한다. 멀더는 실종자를 찾아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고 떠나고, 스컬리는 자신이 연구하던 치료법과 멀더가 맡고 있는 납치, 장기 밀매사건의 교차점을 발견하고 멀더를 추적한다.

서로의 위험 상황에 대한 기민한 촉수는 여전하다.


If I quit now, they win - Fight to the Future, 1998


<Fight to the Future, 1998>에서 스컬리는 바이러스가 주입되고 남극으로 납치된다. 기존에 형성되었던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스컬리의 성격이 불분명해진다. 무기력하게 위험상황에 빠져 남자 주인공에게 구출되기를 기다리는 소모적인 인물로 전락한다. <I Want to Believe, 2008>에서 스컬리는 멀더를 구하기 위해 FBI의 협력을 이끌어 낸다. 멀더가 결말을 이끌어 내는 과정은 극적이지만, 스컬리는 주변과의 협상능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멀더와 스컬리는 영웅이 아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에 의해 삶이 농락 당하고, 고통 받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을 뿐이다.

M :  I found something I thought I'd lost. Faith to keep looking. - Colony (2X16)


계속된 좌절과 실패 속에서도 멀더는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스컬리 또한 두려움과 불확실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사람들, 멀더와 스컬리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대본 출처
,
http://www.insidethex.co.uk
 

Posted by 흰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