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em dimittite spem, o vos intrantes :: Forbrydelsen (2007, Denmark)


방영 당시 유럽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았으며 현재 덴마크에서 3시즌 방영을 앞두고 있고 영국 BBC Four에서 2시즌 방영 예정인 범죄 스릴러. 1시즌은 각각 58분에 가까운 런닝타임에 20부작으로 방송되었는데 설마 살인사건 하나를 두고 저 분량을 어떻게 채우려나 싶었건만 조금도 늘어지는 부분이 없이 치밀한 구성으로 끝까지 긴장을 유지한다.
이야기는 크게 세 조각으로 구성되는데 살인사건으로 엮인 인물들의 변모하는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남자 친구와 아들과 함께 스웨덴으로의 이주를 앞두고 바로 며칠 전,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사라 룬은 바로 아래 자신의 삶의 발판이 급속도로 무너지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서와 단서를 연결짓는데 몰두한다.
사건해결을 위해 죽은 이들을 쫓으면서 타인보다 낯설어지는 어머니와 어느새 부쩍 자라 점점 멀어지는 아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건에 대한 집중력, 단서와 단서를 연결짓는 뛰어난 직관은 경외시되면서도 절차도 무시하는 집요함과 저돌성으로 인해 동료와 상관과 자주 마찰을 빚게 된다. 시장선거를 앞둔  패기 넘치고 야심만만한 정치인 아트만은 살인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소신을 보이고 있지만 자신이 굳건하게 믿어왔던 주위에 대한 신뢰와 신념이 검열 당하기 시작하자 야심과 이상 사이에서 쉽사리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부유하다 좌초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 사이에 공유한 고통과 죄책감은 무엇보다도 빠른 속도로 의심과 원망의 독을 틔우고 딸을 잃은 테시스와 페를린은 절망에 점점 침잠해 가고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사건의 실체는 딸의 죽음마저 묻지 못하게 한다.

이 드라마의 특징은 추리물로서의 치밀함 뿐만 아니라 사건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놓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설명하는 단순한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딸의 죽음조차 경건하게 애도하지 못한 채 사건 해결을 위한 명목으로 헤집어지는 고통을 인내해야 하는 평온을 잃어버린 가족. 이상과 신념, 이를 실현하기 위한 권력 사이에서 끊임없는 선택을 하면서 정치인으로 변태되어 가는 이상가.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긴밀하게 엮이고 인물들을 움직이는 그럴듯한 동기와 선택, 그에 따른 결과를 보여준다.

청바지 한 벌에 스웨터 서너 벌(그것도 두 벌은 바탕과 무늬만 바뀌었을뿐 비슷한 외양)로 한철을 나고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서는 단서가 떠오르면 밥 먹다가 뛰쳐 나가고 그렇게 막 나가면 상관한테 혼난다는 동료의 잔소리에도 무심하게 툭 전화를 끊는 룬. 추리물에서 이런 여자는 당신이 처음이야!
Posted by 흰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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