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상속을 두고 벌어지는 짝짓기 이야기는 영국 시대극에서 신물이 나게 변주되는 소재이지만 이 드라마의 강점은 다운튼 애비를 이끌어 가는 수족들, 서번트들의 권력관계를 밀도있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아니, 기껏해야 문 열어 주고 짐 들어 주는 사람들, 음식 만들고 침대 시트나 가는 사람들 사이에 무슨 서열이 있나 싶지만 그곳은 자신의 일에 긍지와 자존심을 지니고 고용인들에게 인정받고 승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과 음모가 펼쳐지는 생존의 전쟁터이다. 극에서의 이런 대립구도는 전쟁의 불온한 기운이 감돌고 여성의 참정권 운동이 펼쳐지며, 다음 시대를 예고하며 급부상하는 영국 노동당 등 시대적 분위기를 가장 밀도있게 반영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운 시대의 기회주의적인 인물을 대변하는 토마스는 자신의 계층적 입장을 본능적으로 영리하게 인지하고 있다.
결혼을 하기 전까지, 남편이 허락을 하기 전까지는 어떤 목소리도 낼 수 없는 것이 여자의 삶이라는 가치관과 부딪히는 크로올리가의 세 딸들, 부유하고 명망있는 가문의 안정적인 피고용인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개척하기를 원하는 갈망이 무리없이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자매 사이의 경쟁심과 질투를 결혼시장에서 활활히 펼치는 메리와 이디쓰, 고용주의 돈독한 신임을 얻으며 굴러온 돌을 빼내기 위한 토마스와 오브라이언의 음모와 술수가 능청스럽게 대칭점을 가지게 된다. 마냥 온순하고 고용주들에게 헌신하는 순종적인 피고용인들이 아니다. 아뿔사, 고용주들의 사생활을 뒷담화하는 현장을 들키자 개인으로서의 한 사람의 의견을 말했을 뿐이라고 당당하게 받아치고, 10년을 쌔가 빠지게 봉사한 고용주가 자신을 해고하려는 기미를 느끼자 "That filthy, ungrateful cow"(꽤나 밉살스럽게 나오는 인물인데 이 대사에서는 시원했다.)라고 욕을 하는 피고용인이다. 피고용인들 사이의 수상한 기류를 감지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원활하게 문제를 처리하는 칼슨 씨는 능력있는 중간 관리자의 모습이 아닌가.
도대체 이런 이야기를 누가 쓴 거야 했더니 오스카 수상작가인 줄리안 펠로우즈이다. "boyfriend"와 같은 시대와 어긋나는 용어사용이나 터키 왕세자와 첫째 딸래미와의 무리수를 둔 에피소드는 쪼이겠다 싶었더니 아니다 다를까 가디언지에 기사가 실렸었구나. Downton Abbey fans brace for farewell 표절 의혹으로도 꽤나 두들겨 맞은 모양이다.
기사에 실린 매기 스미스가 입은 저 보랏빛 의상과 모자가 인상적이었는데 꽤 회자된 모양이다. 난 이 드라마에서 전기도 전화도 괴상망측한 빅토리아 시대의 이 꼬장꼬장한 백작 미망인과 의사 · 변호사와 같은 직업에,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지닌 신흥 중산층을 대표하는 크로울리 부인이 티격태격하는 신경전을 벌이는 부분이 제일 좋았다. 특히, 이 할머니가 크로울리 부인의 눈치를 살살 보며 "What have I done wrong now?" 라고 대사를 칠 때는 얼마나 귀여운데.
그밖의 모자와 의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