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em dimittite spem, o vos intrantes :: El secreto de sus ojos (2009, The Secret in Their Eyes)


                                                                                            Maria Antolini/Sony Pictures Classics

Director : Juan José Campanella
Writers : Juan José Campanella (writer)
               Eduardo Sacheri (novel)
Cast : Ricardo Darín(Benjamín Esposito)
           
Soledad Villamil(Irene Menéndez Hastings)
           
Guillermo Francella(Pablo Sandoval)
           
Pablo Rago(Ricardo Morales)
          
Javier Godino(Isidoro Gómez)


"Temo" (I fear)


영화의 첫장면은 기차 플랫폼에서 가방을 들고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반백이 된 중년의 남자가 처참하게 강간을 당한 후 살해 당한 여자를 술회한다.
이튿날 아침, 남자는 법원을 찾아가고 여자는 과장되고, 호들갑스럽게 남자를 맞이한다.
남자는 25년전 자신이 담당했던 "모랄레스"사건을 토대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다섯줄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한다. 남자에게 여자는 기억이 생생한 부분부터 시작하라고 충고하고
남자는 여자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린다.


하바드 대학이 아니라 코넬 대학을 나온 배운 뇨자.



드디어 먼저 용기를 낸 줄 알고 기대에 부풀어 문까지 잠그려는데 사건이야기만 늘어놓는 쓰잘데기 없는 남자
"A"가 찍히지 않는다며 남자가 버렸던 타자기를 간직했다가 25년 후에 선물이랍시고 엣다 던져주는 여자
계급이 다른 두 남녀의 험난한...은 때려치고 서로에 대한 안타까움과 원망을 간간이 내비치는 장면이 꽤 설렌다.


영화는 남자가 25년전의 강간살해사건을 회고하는 구조이며, '사건'이 아닌 여자의 죽음과
거기에 얽힌
남자의 사랑과 삶을 이야기한다.

보답받지 못한 일방적인 사랑으로 여자를 파멸시킨 남자.
그 여자의 죽음으로 절망에 찬 남자와 결코 포기하지 않는 남자의 집념을 
같이 좇으며 
다가갈 수 없는 여자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보상받고자 하는 또 다른 한 남자.


25년 후, 남자는 다시 돌아왔지만 여자는 과거에 집착하는 남자에게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며 말한다.
어떻게 여자를 잃고 살 수 있었냐는 질문에 남자는 자책해봤자 수천 가지의 과거뿐 미래는 없다며,
오로지 기억들로만 끝날 뿐이라며, 이것은 당신의 인생이 아니라 내 삶이라며,
돌아가서 잊으라고 한다.


저 뒤짝의 명탐정 산도발,


"남자는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있지만 딱 하나 바꿀 수 없는 게 있지. 그것은 바로 그 남자의 열정!"
디 파쇼온! 파쇼온!!! 아... 아르헨티나가 ○○의 나라였지. 편지를 그렇게 쓴 놈이나 그것을 풀어낸 놈이나...
이후 화면전환과 경쾌한 음악은 이 영화가 완급을 조절하는 데 얼마나 기가 막힌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예. 


"너 땅콩만하지?" 나쁜 경찰놀이하며 갈궜는데...


7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정부의 부조리함을 알려주는 미치고 팔짝 뛰고 환장할 상황.
이 영화가 내재하고 있는 시대성과 비판성은 유머로 다듬어져 있음에도 상당히 날카롭다.
법과 정의 위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존재하고 부조리하고 모순된 시대 속에 무기력하게
굴복하고 함몰되어 갔던 사람들이 있다. 그래, 알고 있음에도 저 장면은 섬뜩하다.


"Teamo" (I love You)
군사정부와 협력한 범인은 풀려나 권력을 등에 업고 그를 검거하려고 했던 남자 일행을 뒤쫓는다.
영화의 처음 장면, 후후이(Jujuy)로 쫓겨가다시피 한 남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들의 사랑에 절망한다.
영화는 군부정권 하의 대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구실로 삼지 않고 사람을, 기억을, 과거를, 
그리고 그것들이 안고 가는 감정을 이야기 한다. 



"You said life."  미래가 없는 과거의 기억속, 감옥에 갇힌 남자들


이 영화의 좋은 부분들은 고요한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이 영화에서의 감정 분출은 절대 과장되지 않고 고요하게 응축되어 사람의 마음을 후벼판다.
망연히 아내의 죽음을 듣고 있다가 아내와의 일상을 떠올리는 남자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점점 커지는 
물이 끓는 소리. 
이 영화에서 불필요한 음향은 최대한 절제되고 일상의 소음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익숙한 소재와 이야기 구조임에도 이 영화가 결코 범작이 아닌 것은 감정의 고저와 강도를 노련하게 조절하기 때문이다.



"꼭 잡고 싶었습...!"


재기발랄한 연출장면이 많은데 피의자 고문으로 주먹다짐을 하는 장면을 길쭉하게 촬영한 요것,
얄팍한 영어로는 절대 그 깊이를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욕설과 뒤섞여 희화적으로 묘사.





* 작년 아카데미 후보에 같이 오른 예언자(프랑스), 하얀 리본(독일)을 제끼고 외국어 영화상 수상
예언자와 하얀 리본이 종교와 시대에 대한 정교한 은유였다면 이 영화는 비교적 따라가기 쉽다.
두 영화가 머리를 차갑게 만든다면 이 영화는 글쎄, 이렇게 끄적거리고 싶게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겠지. 
아르헨티나 지역 방언이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아는 말이라고는 "뽀르께?" 뿐이니 답답할 뿐이다.

* 원작의 질감을 제대로 깎아먹는 소니 픽쳐스의 예고편.
IMBD 줄거리란과 미국 예고편에 "보답받지 못한 사랑(unrequited love)"이라고 소개되어 있던데 이것은 주어를
잘못 찾았다. 엄연히 모랄레스 사건은 25년전 범인까지 검거했던 "미해결  범죄(unsolved crime)"가 아니었으며,

"기록되지 않은 결말(unwritten ending)" 가벼운 문구와 조합시킨 저 애틋한 장면이라니.

*경계되어야 할 영화의 폭력성은 소재를 착취하여 카메라 뒤에 숨어 관객과 함께 시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도입부에서 보여지는 
피해자의 발가벗겨지고 유린당한 시신은 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비극의 시작이자 정점이다. 시신을 보고 그 참혹성에 눈을 감은 수사관, 눈을 감겨주고 담요로 몸을 덮어주는 현장조사관, 집에 배치된 생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 벗겨지고 훼손된 몸을 노골적으로 훑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차를 마셨던 일상의 공간에 침범한 자의 불편함과 어색함, 조심스러움을 보여준다.

Posted by 흰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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