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This thing of darkness I acknowledge mine
CLASSIFICATION : Beecher angst
SPOILERS : the early of season 4, Season 6#6 A day in the death
DISCLAIMERS : not mine. so, what?
"누군가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이 정말로 잘못된 일일까요?"
박해한 자를 용서한 자만이 천국의 문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던가. 그 암흑 속에서도 남자의 눈은 끈질기게 나를 쫓아 따라붙었다. 남자는 결코 포기할 줄을 몰랐다. 용서인가, 손 쉬운 섹스인가. 설령 남자가 나에게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한들 내가 남자에게 줄 수 있는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린 소녀의 원망과 증오에 가득찬 눈은 밤새 나를 괴롭혔고, 그 눈은 다시 남자에게로 향했다.
아들은 어두운 곳에서 혼자있는 것을 싫어했다. 어떤 달콤한 환상의 이야기도 아들의 두려움을 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내와 내가 겨우 아들을 재우고 아들의 방을 나가면 어느 순간 아내와 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아내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결국 딸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아들 녀석은 우리 부부와 함께 잠을 잤다. 아들의 잘린 손을 보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축축하고 어두운 곳에서 아들은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모든 불행이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관용과 용서의 알라는 간절한 기도에도 결코 구원을 내려주지 않았다.
내 안을 뒤끓고 있는 것은 지독한 살심(殺心)이었다. 아들이 손목이 잘리고 여린 숨이 끊어지는 순간에 나는 남자의 손과 입에서 환락을 맛보고 있었다. 아들의 어둠을 달래줄 아내의 따뜻한 젖가슴도, 늠름한 영웅이 나타나 선량한 이들을 괴롭히는 괴물을 쫓아낼 것이라는 내 시시한 이야기도 없었다. 내 종아리에 차는 키에 내 가운데 손가락의 한 마디를 겨우 넘는 손가락을 가진 아들은 몇 밤을 자고 나면 아버지만큼 키가 자라냐고, 스무 밤만 자고 나면 아버지만큼 손이 커지냐고 지치지도 않고 보채곤 하었다.
다섯 밤만 자고 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딸아이와 아들은 울지도 못하고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고 한다. 일곱 밤만 세고 있으면 아버지가 나타나 가시덤불을 헤치고 높은 성벽을 타고 무시무시한 괴물을 혼내줄 것이라고 아들은 딸아이를 달래 주었다고 한다. 잘린 손목을 제외하고 외상은 없었지만 유일하게 아들의 무릎이 발갛게 살갗이 벗겨져 있었다고 했다. 꼭 열 밤만 세고 있으라고 질질 끌려가는 순간 딸아이에게 당부했다고 했지. 남자가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무섭다고 칭얼대는 순간이었을까, 아니면 아이들에 대한 근심과 초조로 축 늘어진 내 성기를 남자가 입에 삼키던 순간이었을까. 쉬... .... 아가야, 세 밤만 지나고 나면 아프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나를 향한 지독한 살심은 다시 남자에게로 돌아갔다.
"내가 정말로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내 사지를 비틀었어도 나는 너를 관대하게 용서하지 않았냐는 변명이 얼마나 치졸한 것인지 남자의 딱딱하게 굳어지는 어깨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할 수 없다는, 이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남자의 단호한 고개짓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나의 야멸찬 외면과 무시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남자가 끝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러나 희미한 수많은 남자들의 손에서 볼썽 사나운 성기가 주물럭 거려졌을 때도, 별 다른 전희없이 파고드는 이물감으로 욕지기를 내뱉을 때도 남자의 눈이 따라 붙는 것을 알았다.
"너를 사랑해, 네가 필요해."
딸아이로 인해 밤에도 집 안은 훤히 불을 밝혀 두었다. 아내와 나 사이를 파고 들던 아들 녀석처럼, 딸아이는 휑한 내 빈 가슴을 찾아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동화책 이야기가 떨어지고 나면 대학 시절 아내와 보았던 거리의 공연들이나 처음 승소했던 사건을 동이 틀 때까지 두서없이 중얼거렸다. 아내를 닮아 숱이 많은 딸아이의 머리카락은 새벽녘에는 습기를 머금고 축축해져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제 남편마저 잃은 늙은 어머니가 딸아이의 얇은 어깨를 안고 등허리를 쓰다듬어 줄 것이다. 불을 내뿜고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괴물 이야기는 경기를 일으킬 것인데 어머니가 면회를 오거든 당부해야 겠다. 내가 필요했다는 남자로 인해 이제 딸아이의 악몽을 달래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겨우 얼굴을 익힌 낯이 설은 아들은 내가 아비였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겠지.
차라리 남자가 죽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