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em dimittite spem, o vos intrantes :: They dropped like flakes (Part 1/3)

TITLE : They dropped like flakes (Part 1/3)
CLASSIFICATION : Angst
SPOILERS : Season 6, 4 Giveness
DISCLAIMER : Tom Fontana and HBO own all the Oz characters. THEY ARE NOT MINE! what a shame!




눈을 뜨고 싶지 않은 아침이었다. 점호를 알리는 날카로운 경고음도, 시간에 맞추어 행동을 재촉하는 간수들의 성마른 감시도 없었다. 5년 동안의 습관은 쉽게 바뀌어지지 않았다. 처음 그곳을 나오고 나서는 내가 해야할 일을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 며칠 동안은 초조해서 침실에서 화장실로 가는 짦은 길도 한참을 머뭇거렸다.

밤에 잠이 드는 것은 더 고역이었다. 가석방 심사를 기다리던 그날 새벽 꾸었던 악몽이 떠올라 혹시나 눈을 뜨면 이 모든 것이 망상은 아니었을까 두려움에 눈을 감는 것이 고문이었다. 색소맛만 퍼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음료와 푸석푸석한 빵 대신 신선한 과일, 갓 내린 커피의 진한 향기는 새삼 그간 내가 누려왔던 것이 그렇게 사치스러웠나 반문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남자가 가장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왜 그런 것을 묻나 성가셔 대충 출근길에 항상 들르던 에스프레소라고 말했더니 다음날 오후, 남자는 상표를 알 수 없는 커피 한 상자를 내밀었다. 남자는 종종 자신의 몫으로 나온 오렌지나 우유, 싸구려 간식거리 등을 몰래 나에게 자랑스레 떠안기곤 하였다. 쑥스러운 것인지 딱딱하게 굳히던 얼굴에 마음이 편치않아 슬며시 눈길을 돌렸지만 내 팔을 잡아당기는 남자의 손길에는 언제나 주저함이 묻어났다. 남자의 쓸데없는 배려심은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 냉혹하게 직시하게 만들었다.


점점 짙게 커피냄새가 다가왔고, 동시에 부드럽고 가느다란 손이 어깨를 흔들었다.
"오늘 그곳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홀리는 내가 학교로 같이 데려갈게. 깼다는 거 알아. 그만 눈뜨라고."
아, 그랬었지. 이번에는 소송건이 아닌 남자를 만나러 가기로 했었지. 물론 서로 물고 핥아대던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을 여자는 알지 못한다. 여자에게 미안한 마음과 내 자신에 대한 혐오로 베개로 깊숙이 파고들자 여자가 아프지 않게 벗은 등을 살짝 때린다.
"오늘 수업이 4시간이나 있어.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 둘다 늦을거야."
사뭇 진지한 목소리에 그제서야 실눈을 뜨자 내가 어쩔 수 없는 기대를 품은 남자의 초조한 푸른눈이 아닌, 다정한 갈색눈이 감출 수 없는 장난기를 담고 있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면서도 오늘 하루를 어쩐지 미루고 싶은 마음에 여자의 허리를 끌어당겼더니 귓가에 듣기좋은 웃음을 흘린다. 남자의 웃음은 전희와 같았다. 정교하게 계산된 일련의 동작들은 결코 실패한 적이 없었다.
눈앞을 어지럽히는 잔상을 지우고자 여자의 셔츠를 밀어올렸다. 탄탄한 근육과 성긴 살갗 대신 아늑하고 부드러운 굴곡이 감겨왔다.
여체를 더듬는 손길이 점차 집요해지자 여자가 어깨를 밀어낸다.
"이번에 맡은 소송이 꽤 중요한 일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아직도 여자의 몸을 지분대는 손을 끌어다가 미안하다는 듯이 손가락에 입맞춤하고 일어선다.
돌아서는 여자의 뒷모습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다급해져 다소 거칠게 손목을 끌어당겼다. 그제서야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따뜻하기만 한 갈색눈이 염려와 의문을 담고 쳐다본다.

알 수 없었다. 이 불안함이 무엇인지. 여자와의 섹스는 그곳을 나온 후 쫓아다니는 혼란과 두려움을 잠깐 동안이나마 밀어냈다. 여자는 내 이기심을 알면서도 나무라지 않았다. 단 한번, 그곳으로 찾아온 아내가 보였던 혐오와 동정심을 기대했지만 여자는 흐느끼는 나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지 않는 위로도 하지 않았다. 다급하게 파고드는 손길을 이번에는 제지하지 않고 내버려둔다. 언제나 너그러운 여자에 대한 미안함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한기를 들키고 싶지 않아 여자의 목언저리에 얼굴을 감추었다.  

"내키지 않으면 그냥 집에 있지 그래. 나도 일찍 올테니 저녁에 함께 해리의 모형비행기를 만들자."
은밀하게 갈린 여자의 목소리는 유혹적이고 한없이 포근했다. 남자와 나는 느릿느릿 허리께를 쓰다듬는 여유도, 어느 쪽에서 잘 것인가 자리를 정하며 투닥이는 일도 없었다.          
   
"가야지. 많이 기다릴거야."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었다. 남자에게 가져다 주려고 사두었던 양말을 어디다 두었더라.
어젯 밤에 성급하게 벗어두었던 옷을 찾아 대충 몸에 걸치고 그제서야 여자의 낯선 눈을 쳐다보았다.
"기다릴게."



* 제목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전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흰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