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em dimittite spem, o vos intrantes :: There is no place like home

금욕적인 사이드와 동물적인 본능만이 날뛰는 듯한 아데비시 사이의 긴장감은 상당히 밀도있다. 단순한 대립-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살리고자 했지만 결국 한쪽은 자멸하고만 마음이 쓰린 구도이다. 사이드와 비쳐는 지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정신적 교감이 형성된다면, 사이드와 아데비시 이 둘은 양 끝점에서 밀어내고 끌어낸다. 사이드는 아데비시를 으르고 살살 달래기도 하지만 아데비시는 자신이 만든 망각의 유토피아, 환락의 세계를 사이드가 인정해 주고 함께하길 바랬을 뿐이다. 사이드는 피부색이 가져오는 불평등과 편견에 대해 사회에 분노하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지만, 아데비시의 각성은 복수와 증오만 가져올 뿐이었다. 피부색으로 철저하게 구분되고 그것으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는 오즈에서 배타적인 증오심은 결국 다수를 적으로 돌리게 되면서 예정된 비극을 초래한다. 그리고 사이드는 아데비시로 인해 죄의식과 고통을 거름삼아 성숙한 인간으로 변태하게 된다. 

비쳐와 쉴링어는 각자의 아이들을 잃고 나서야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불안한 화해를 하고, 절망과 복수를 되풀이하던 비쳐는 죄수번호 97B412를 묻고 오즈 밖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릴 뿐이다. 라이언은 시릴과 함께하면서 자신의 이기적인 선택과 행동이 불러온 결과를 고스란히 견뎌내야 했다. 시릴의 목소리를 외면한 라이언의 이기적인 사랑은 결국 시릴을 전기의자에 앉게 한다. 우애마저도 기괴하게 왜곡되는 오즈의 특수한 공간 때문인지, 결국에는 자신의 생존만을 위한 라이언의 철저한 이기심의 발로였는지 모르지만 결말은 꽤 씁쓸하다. 비쳐의 광기와 절망, 라이언의 천진한 간악함에 열광했던 나에게 이후의 밋밋하고 기대에 못미치는 전개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이에 반해 알바레즈는 시종일관 끝으로 돌진하고 있다. 숨돌릴 틈도 없이 계속해서 좌절하고 결국 죽음보다 못한, 오즈에 유폐당하는 결말을 맺는다. 절망 속에서 평화롭게 안착하게 되는 것이다.
Posted by 흰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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