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em dimittite spem, o vos intrantes :: So foul and fair a day I have not seen



MACBETH : Of all men else I have avoided thee. But get thee back.

My soul is too much charged With blood of thine already.

네 놈만은 피하고 싶었다, 돌아가라. 내 영혼은 이미 네 가족의 피로 가득 차 무겁다.


MACDUFF : I have no words. My voice is in my sword.

Thou bloodier villain Than terms can give thee out!

나는 할 말이 없다. 이 칼이 내 말을 대신할 것이다. 말로 하기에는 너는 너무나 사악한 남자이다.


- Macbeth : Act 5, scene viii



오즈 안의 연극 무대에 세익스피어의 <Macbeth>가 상연되고 맥베스(쉴링어)와 맥더프(비쳐)가 대결한다.

'극 안에 극'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Macbeth><Oz>의 인물들이 교차된다.
맥베스는 자신이 저지른 악행들로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면서도 권력에 사로잡혀 절대 악행을 멈출 수 없다. 피로 물든 강을 힘들게 건너왔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돌아갈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끝은 혼돈과 채울 수 없는 허무함으로 가득 차 있다.  



MACDUFF : Sinful Macduff, They were all struck for thee. naught that I am,
Not for their own demerits, but for mine, Fell slaughter on their souls : heaven rest them now.

죄 많은 맥더프여! 그들은 너로 인해 죽었다. 나만큼 사악하구나. 그들은 학살되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바로 나 때문이다.
하늘에서 평온을 얻기를.

- Macbeth : Act 4, scene iii



순수악에 가까운 쉴링어는 자신이 저지른 악행들을 절대 뉘우치지 않는다. '백인우월주의'의 이념에 의해 저지르는 증오범죄들은 '더 나은,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한 국가'라는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들이다.
쉴링어는 자신의 '목적'이 선하다고 믿기 때문에 그 '수단'으로 악을 행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선택받은 자이고, '선'을 실천하기 위해 다른 존재들의 존엄성을 짓밟고 생명을 빼앗는 것도 정당화 시킨다. 쉴링어는 자신의 심각한 도덕적 오류를 자각하지 못하고, 또한 그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오즈에서 가장 공포스럽고 악한 존재이다. 쉴링어는 도덕적 갈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강하지만, 맥베스는 자신의 행동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복수와 죽음을 두려워 하는 나약한 존재였다. 내면의 깊은 죄의식 때문에 계속해서 악몽과 환영에 시달리고, 살인을 저지르는 자신의 모습에 짙은 혐오감을 느끼고 갈등한다. 마녀들의 예언으로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죄책감을 잠재우기 위한 해결책으로 계속해서 살인을 저지른다. 맥베스에게 살인은 자신의 죄의식을 덜기 위한 자기 구원의 방법이다.


<Macbeth>
오디션에서 비쳐는 맥더프의 대사를 읊으며 쉴링어를 쳐다본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쉴링어는 대사의 마지막 구절에서 순간 표정이 흔들린다. 비쳐는 쉴링어와의 잔혹한 복수극으로 가족의 대부분을 잃었지만 그 모든 일들에 대해 자신 또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 인간이기에 양심을 저버리고 옳지 못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또한 인간이라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후회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쉴링어는 자신의 아집에 가려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 모든 일을 겪고도 아무 것도 느껴지는 게 없냐는 비쳐의 질문에 쉴링어는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는다. 엄청난 고통과 상실감 이후에도 비쳐는 울 수 있지만, 쉴링어는 무감각하다.

맥베스는 자신을 갉아 먹는 죄책감과 두려움을 덜기 위해 피의 악순환을 반복하다가 결국 맥더프의 칼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쉴링어는 자신이 저지른 악행의 증거인 비쳐에 의해 살해 당한다.




IAGO : And what's he then that says I play the villain?
내가 해 주는 충고가 이렇게 좋을 때 누가 나를 악마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 Othello : Act 2, scene iii




<Othello>의 이아고는 자신도 통제하지 못하는 감정, 질투와 출세욕에 사로잡혀 주위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 갔다. 라이언의 속임수는 오즈라는 생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이었다. 이아고는 충실한 부하, 진실된 친구로 가장하여 그들의 질투심과 의심을 자극하여 복수하고, 라이언은 자신이 없애고 싶은 적을 다른 이의 적으로 만들어 깔끔하게 제거한다.


이아고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날카로운 통찰력은 이아고의 증오와 결합되면서 악으로 드러난다. 라이언은 오즈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권력집단들의 역학관계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때문에 자신의 생존이 위협당했을 때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고 조정할 수 있었다. 라이언과 이아고, 이 둘의 속임수는 뻔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 듣고 싶어 하는 것'에 현혹되는 심리 상태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성취한다. 이아고는 자신의 거짓말에 쉽게 판단력이 흐려지는 오셀로의 경솔함과 어리석음을 비웃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 라이언은 시릴의 존재로 자신의 이기적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깨닫게 되고, 증오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와도 화해하게 된다.



HAMLET : What a piece of work is a man! How noble in reason!
How infinite in faculty, in form and moving! how express and admiravle in action!
How like an angel in apprehension!
How like a god! The beauty of the world!
The paragon of animals! And yet to me, what is this quintessence of dust?

인간은 참으로 조화의 걸작이라, 이성은 얼마나 고귀한가!
그 능력은 또 얼마나 무한하며,
그 자태와 거동은 말할 수 없이 훌륭하지 않은가.
그 행동은 천사와 같이 아름답고, 지혜는 천사에게 필적하지!
온누리의 아름다움의 극치요, 만물의 영장이라.
그런데도 내겐 그 인간이 한낱 먼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 건 왜일까?

- Hamlet : Act 2, scene ii



아버지의 독살로 인해 햄릿은 숙부인 클로디어스에 대한 복수심과 증오에 휩싸이지만 그가 지닌 이성과 도덕성 때문에 갈등한다. 선왕의 복수를 위해 미친 척 했던 햄릿처럼, 비쳐는 오즈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으로 광기를 드러낸다. 자신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농락한 쉴링어에게 복수하지만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로워 한다. 비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의식을 지녔다는 점에서 오즈의 다른 인물들과 차별화 된다. 자신이 벌 주고자 했던 클로디어스와 자신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고 괴로워 했던 햄릿처럼, 비쳐 또한 자신과 쉴링어 사이의 적개심과 복수의 악순환을 통해 자신은 물론, 자신의 어머니 또한 쉴링어와 다름 없는 괴물이 되었음을 깨닫고 절망한다.


클로디어스에의 복수를 꿈꾸면서도 막상 실행에 옮기는 데 주저했던 햄릿은 그가 단순히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존경하는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고자 했고, 원수와 결혼한 어머니가 원망스럽고 경멸스럽지만 누구보다 어머니를 사랑했던 햄릿이었으며,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의 역할과 자신의 행동으로 가져올 결과, 현실과 이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탐구하고 회의했던 것이다.

오즈에서 비쳐가 이질적인 존재인 이유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우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는 누구인가, 과연 나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자문을 계속한다.
햄릿과 비쳐, 이 둘은 증오심에 불타면서도 사회에서 습득한 지성과 도덕적 규범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에 복수심과 그들이 믿는 궁극의 선-정의 사이에서 고뇌한다. 현재의 삶과 자신의 근원에 대하여 끊임없이 성찰을 한다는 점에서 이 둘은 주체적이고 실존적인 인물이다.






Macbeth : Blood hath been shed ere now, i' the olden time,
Ere human statute purged the gentle weal;
Ay, and since too, murders have been perform'd Too terrible for the ear: the times have been,
That,
when the brains were out, the man would die,
And there an end; but now they rise again,
With twenty
mortal murders on their crowns,
And push us from our stools: this is more strange Than such a murder is.

인도적인 법률이 생겨서 사회를 정화하기 전인 옛날에는 피가 많이 흘렀지. 아니, 그 후에도,
듣기에도 끔찍한 살인들이 자행되어 왔어.
그런데, 그때는 머리가 터지면 사람은 죽어 버리고 그것으로 끝이었지.
그러나 지금은 정수리에 스무 군데나 치명상을 입고도 다시 살아나 사람을 의자에서 밀어내다니,
이것이 살인보다 더욱 괴이하단 말이다.

- Macbeth : Act 3, scene iv



오즈 안의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동물이 되어 서로 물어뜯어야 했다. 맥베스와 이아고가 악인에 가깝지만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들의 동물적인 본능, 추악한 진실이 인간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이기에 번민하고 죄의식을 지닌다. 선과 악, 옳고 그름,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잣대이고 굴레이다.
그렇지만 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죄의식을 덜기 위해서 인간은 번민하고 스스로를 파괴하기도 한다.


Posted by 흰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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